"술에 너무 취해서 기억이 없다"는 말은 성범죄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고, 그 말이 형을 줄여 줄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따라옵니다. 그러나 법은 오히려 반대 방향의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를 이유로 한 감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특례를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은 지목된 사람에게도, 피해를 말하는 사람에게도 중요합니다. 지목된 쪽은 자신의 당시 상태가 법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알아야 하고, 피해를 말하는 쪽은 "상대가 취해 있었으니 가볍게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답을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서는 행위자가 취해 있던 경우를 중심으로 형법의 원칙과 특례를 설명하고, 피해자가 취해 있던 경우는 법이 전혀 다르게 다룬다는 점도 함께 짚습니다.
형법의 원칙: 심신장애는 판단 능력의 문제입니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행위는 벌하지 않고(제1항), 그 능력이 미약한 사람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제2항). 여기서 기준은 술을 마셨는지가 아니라, 행위 당시 판단하고 행동을 조절할 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입니다. 술을 마셨다는 사실과 법이 말하는 심신장애 상태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당시 상태는 진단서 한 장으로 정해지기보다, 행위 전후의 언행과 기억의 정도, 이동 경로 같은 여러 사정을 법원이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또 같은 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사람에게는 제1항과 제2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스스로 취한 상태를 만든 사정이 있다면 감경이나 면책의 여지는 더 좁아집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0조의 특례
성폭력처벌법 제20조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형법 제10조 제1항·제2항과 제11조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함께 적힌 형법 제11조는 듣거나 말하는 데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의 행위를 감경하는 조문입니다. 형법 제2편 제22장의 성풍속에 관한 죄(공연음란 등)만 이 특례에서 빠지고, 강간·강제추행·준강간 같은 형법상 죄와 특례법상 죄는 모두 대상에 들어갑니다.
이 조문은 '적용하지 아니한다'가 아니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로 되어 있습니다. 법원이 사건마다 판단할 여지를 남긴 것이므로, 음주 상태였다는 이유로 감경이 언제나 배제된다고 단정할 수도, 반대로 감경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성폭력범죄에서 음주가 형을 줄여 주는 당연한 사유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있었다면
피해자가 취해 있던 경우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하면 형법 제299조에 따라 강간·강제추행과 같은 범위의 형으로 처벌됩니다. 피해자가 술을 마셨다는 사정은 피해자의 책임을 묻는 근거가 아니며, 오히려 그 상태를 이용한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 이유가 됩니다.
피해자가 실제로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는데 행위자가 그렇다고 믿고 행위한 경우에도 불능미수로 처벌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미수와 예비를 다룬 문서에서 설명합니다.
음주가 얽힌 성범죄 사건에서 남겨 둘 기록
양쪽 모두 음주량과 시간대를 짐작이 아니라 기록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제 영수증이나 카드 내역, 함께 있던 사람, 이동 경로와 시각, 다음 날 주고받은 메시지 같은 자료가 당시 상태를 보여 줍니다. 피해를 말하는 쪽에게는 상대방의 행위와 자신의 상태를 설명할 자료가 되고, 지목된 쪽에게는 당시 상황을 사실대로 설명할 근거가 됩니다. 원본은 지우거나 고치지 말고 보관 위치를 적어 두세요.
기억이 끊긴 부분은 끊겼다고 표시하고, 다른 사람의 말이나 추측으로 채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기억이 없다는 사정과 행위 당시의 판단 능력은 별개로 따져지기 때문입니다. 적용될 수 있는 죄명별 법정형은 법정형을 표로 모은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약물을 복용한 상태였어도 같은 특례가 적용되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20조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라고 정하므로 약물로 인한 경우도 같은 특례의 대상입니다. 어떤 약물을 어떤 경위로 복용했는지가 함께 살펴집니다.
Q. 술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나요?
A.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행위 당시 판단 능력이 없었다고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행위 전후의 언행과 객관적 자료를 통해 당시 상태가 판단됩니다.
Q. 두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신 자리였다면 어떻게 보나요?
A. 함께 마셨다는 사정이 피해자 쪽의 책임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행위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행위자가 그 상태를 이용했는지가 따로 검토되고, 행위자의 음주는 형법 제10조와 특례법 제20조의 틀에서 판단됩니다.
정리
술이나 약물은 성범죄 사건에서 형을 줄여 주는 열쇠가 아니고, 피해자의 음주는 피해자를 탓할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감경 여부는 법원이 사건마다 판단하는 문제이므로 단정적인 기대나 걱정보다 당시 상황을 보여 주는 기록을 먼저 챙기세요. 나머지 궁금한 점은 성범죄 안내 첫 화면의 질문 목록에서 골라 읽어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형법 제10조·제11조·제299조, 성폭력처벌법 제2조 제1항 제1호·제20조,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본문 2026-10-20 확인